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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니 물리적으로 오늘 집에 내려갈 예정인데. 또 지방 내려가는 사람들은 1일날 나오지 않아도 되게 배려를 해준다니 참으로 고마운데, 또 고마울 게 없는 것이 일을 다 해놓고 가야 한다는 것.
오히려 명절이 나쁜게 원래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왠지 토요일과 일요일을 그저 평일인데 추석이 낀 날로 쳐 버려서 평일과 같은 업무를 완성해 놓고 가야 한다는 말씀. 이쯤되면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즐거운 한가위가 아니라, 없으면 더 나았을 뻔한 한가위다. 그도 그럴 것이 기차표 예매하느라고 신경쓴 것이나, 들인 시간이나. 소소하게는 왕복 차비에다가. 앞서 말했듯 업무 스트레스는 더욱 극심하고, 갔다 와서는 피로가 쌓여있을 것이며.... 여튼 그래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홀로 회사에서 밤을 지새는 중인데, 역시나 작업 진행율은 10%도 되지 않는. 그 와중에 날 귀찮게 하던 모기 두마리를 종이컵 아래 약간 홈이 파인 부분에 가둔 뒤, 종이컵을 다시 살짝 든 후 넙덕한 스카치 테이프로 가두는 데에 성공. 난 그저 가둔 것이지만, 결론은 곧 죽게..어쩌면 벌써 죽었을. 이 모기들이 점점 에너지를 잃어가는 것을 무표정하게 감상하다,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끼는 와중에 '저들은 지구상에 한낱 도움 안되는 벌레일 뿐이야'라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또다시 업무에 돌입하기 블로그들 눈팅을 잠시 하다가, 나도 오랜만에 뭔가 하나 써야겠단 생각이 들어 로그인. 그나저나 요즘엔 이 놈의 경쟁지향적 사회에서 벗어나고픈 생각 뿐. 그렇지만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딴 건 배워본 적이 없는 걸. 여차저차 새벽에 혼자 뻘소리.
참말로 숱하게도 속고 속는다. 어릴 땐 순진해서 속았고, 지금은 생각이 짧아 속는다.
가만 생각해보면 모두 악의는 없을 거다. 예를 들어 '스타일'이라는 드라마에서 잡지기자들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 '엣지'있게만 그려내는 것. 수많은 전문직들이 출몰하는 드라마 속에서 실상 그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건 1%도 되지 않을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드라마를 쓴 작가나 연출하는 PD가 특별한 악의를 가지고 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해야 재밌을 테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런 맘이 아닐까 싶다. 근데 참 결과는 황당무개하다. 그 모습에 속아 그 전문직을 하겠다고 겁도 없이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걸 보니. 그러한 드라마에서 그려내는 전문직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1%의 전문직이고, 대다수의 전문직은 생계형 아닌가? 직업명이나 그럴듯할뿐. '사'자 들어가는 일부 직업들 제외하곤 대부분 우리가 전문직이라 알고 있는 대다수 직업들이 아마 그런걸로 아는데. 정말 지지리도 궁상. 근래 들어온 우리 회사 신입들도 그렇다. 얘네들 보면, 그래 니네가 어떤 마음으로 뛰어든 건지는 알겠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련. 그리 만만하지 않아. 라고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건만. 동종업계 근무하는 선배된 입장으로, 누워 침뱉기인가 싶어 그냥 생각을 접어 버린다. 걔네 맘 어찌 아냐고? 나도 그랬으니까. 거슬러 올라가면 드라마 '사춘기'를 보면서 남녀공학에 대한 로망을 키웠고, '우리들의 천국'을 보면서 무수한 '형'들이 있는 캠퍼스의 나만을 꿈꿨다. 대학만 가면 내 앞이 창창할 것이라는 환상. 졸업하고 전문직 사회인되면 그네들처럼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 그렇게 내면에 순수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때, 혹은 아둔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때 '혹'하고 말았다. 나만 그런건가.
어젠 장진영이 저 세상으로 떠났다. 실은 그저 이쁘기는 하나 별 감흥이 없다 생각했지만 '싱글즈' 이후 참 좋아한 배우였다. 어느 기사에선가 읽었던 것 같은데 장진영은 브라운관 보다 스크린에서 더 빛나던 배우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 참 애착을 갖고 있다던 '청연'을 보고 싶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도 꽤나 인상깊게 봤는데. 유명세로 치자면 최진실에 비해 밀리는 배우였으나 그 상실감이나 이 상황에 대한 비현실감은 그때를 초월하는 기분이다. 이쯤되면 의식있는 극장 등에서 장진영 특별전을 마련할 듯.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오늘은 하루종일 참 집중이 안 되고 기분이 그러했는데, 장진영의 죽음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때문이다. 애착을 갖고 있던 한 실존인물과 애착을 갖고 있던 소설 속 가상인물이 한꺼번에 저세상으로 떠났다는 것이 마음을 때렸나 보다.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모 선배가 추천해 줘 읽은 소설. 박민규 작가의 전작을 읽지 않아 그의 글 쓰는 스타일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더랬다. 첨에는 비유나 수식어가 너무 많아 무언가 집중이 안됐다. 약간 짜증도 났었다.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들어서. 그런데 이내 문체에 적응되더니만, 빠져 들었다. 보통은 책이 없어도 무거워 죽겠는 가방에, 꾸역꾸역 책 한권씩을 넣어 다니면서도 정작 페이지 넘기는 데에는 오래 걸리는 나인데 이 책은 최근 나의 독서 행태를 완전히 뒤바꾼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시대는 바뀌고, 현재는 또 다시 과거가 돼 있겠지만 지긋지긋하게도 인간의 습성은 변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도 손아귀에 잡아채지 못할 그 무언가를 쫒으며 허망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생활일게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으며,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 내 마지막 눈을 감을 때 난 내 삶을 어떻게 반추하게 될까. 종종 그 순간을 떠올리며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맘을 먹지만, 이내 정신은 흐트러지고 어느새 인생은 생활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오롯이 나만의 삶을 살아야겠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건가. 어제 정말 온갖 스트레스를 들여 작성한 글이 날아가 버렸다. 정신을 놓고 노트북을 닫느나, 저장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오류가 나 버린거. 노트북이 대기상태로 갈때, 어느 경우엔 그냥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 생각을 못하고 저장을 하지 않은 거다. 다시 쓸 생각을 하니 하늘이 노랗다, 정말.
요즘 정권이 하는 행태를 보면 정말이지 뚜껑이 열리는 것 같다. 지난번 PD수첩을 보니 경찰 쪽 시위진압지침을 보면 집회가 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고압적인 진압을 한다던데. 지네들이 무슨 마이너리티리포트냐.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지레 짐작해 진압부터 하게.
오늘은 6.10항쟁 22주년 기념일. 이런날은 그저, 정치적 노선을 떠나서 모두 한자리에 모여 지나간 일을 회상하고, 오늘을 만들어 준 선배들에게 감사하며, 다시 한번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자고 서로 보듬어 주고, 용기를 주는 날 아닌가? 시청광장이 MB꺼냐? 그래 본인 시장 시절에 만들긴 했지. 근데 그걸 지가 만들었어? 서울시민 세금으로 만들었지. 내 아주 쳐 교회에 가서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지. 그 누구도 아닌 서울시민, 대한민국인의 소유인 시청광장을 무슨 권리로 막고 서서 발도 못 들여놓게 하는 건데. 내가 왜 6.10항쟁 기념일을 비좁고 위험한 차도에서 보내야 하는 건데. 시민이 모인다는 것,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본인 욕하고, 물러가라 하는 것, 그래 무섭겠지. 십분 이해한다. 그럼 좀 타협할 생각을 해봐라. 언제까지 우리 사회가 이런 갈등으로 피곤에 시달려야 하는지. 아주 스트레스 받아 죽겠다. 난 별로 싸우고 싶은 생각 없다. 그저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길 바란다. 그런데 이놈의 정권은 잘못한 것에 대해서 잘못했다 말하긴 커녕 오히려 또 다른 잘못들을 계속 만든다. 스스로 무덤을 판다. 요즘은 그냥 지나가는 경찰만 봐도 진절머리 난다. 아무 잘못도 없는 의경애들만 봐도 눈이 흘겨진다. 난 적을 만들고 싶지 않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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